지금은 인터넷 전용 회선이 발달하였지만 90년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휴대전화 기술과 같은 무선통신 기술은 꿈에도 못 꾸던 시절이었고 PC가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복잡한 절차와 기술과 기계가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에는 어떤 통신 기술과 어떤 요금 체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기사입니다.
통화는 간단히
올해부터 3분을 한 통화로 계산하여 전화요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불평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는 실질적으로 요금 인상이라는 것과 이제 막 자라는 PC통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잔인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긴 시분제 이전에도 우리 집 전화는 몇 번의 사고를 경험했다. 우리 식구 중 특히 여자들이 전화만 붙들면 30분에서 1시간 까지 통화를 하는 바람에 시분제 적용이 없던 시내 통화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 원칙이 적용되는 시외통화를 1시간 하니까 그 고지서는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필자는 이걸 사고라고 불렀다). 전화시분제가 현 통신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듯이 우리 집의 전화문화가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주례를 서 준 신랑 신부가 인사하러 오면서 무선전화기를 가져다준 것인데 그 후 우리 식구들의 습관이 변했다. 전에는 전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화를 받거나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서도 받고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또 목욕을 하면서까지 전화를 받는다. 상대방을 보면서 전화하는 시대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벌거벗은 걸 보여줄 거야? 그리고 시분제가 되니까 3분 되면 전화 끊어라는 소리를 쳐보지만 말 뿐이다. 한 번 들인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전화가 두 대 필요했던 통신광들
PC통신 초창기 시절의 일이다. 이용자 한 분이 하도 오랫동안 전화를 하니까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자네 사업할 거야 안 할 거야? 왜 맨날 통화 중이야?라는 불만에 할 수 없이 전화를 한 대 더 설치했다. 남들은 이것을 보고 통신공사 장사만 시켜주려고라며 불만들을 표시한다. 그러나 통신광들 중에는 전화를 두 대 가진 사람들이 무척 많다. 올해 들어서면서 PC통신의 양이 엄청나게 줄었다. 정확한 숫자는 몰라도 아마 1/10도 안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껏 시내통화는 한 번 연결해서 끊을 때까지 25원이면 되었다. 그런데 6분에 50원, 9분에 75원, 1시간에 500원을 물어야 하니 통신 이용자들에게는 끔찍하기만 하다. 한 번 연결해서 시간에는 아랑곳 않고 마냥 늘어놓던 버릇을 당장 고치지 않으면 엄청난 전화요금이 청구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 딸이 PC통신에 맛을 들여서 채팅이란 걸 하게 되었는데 여기 재미를 붙이면 밤낮 구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된다. 이때 전화도 함께 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걱정하던 부모가 쟤가 채팅인지 뭔지 한다고 밤새기 일쑤고 전화는 하루 종일 붙들고 있고라고 내게 호소를 해왔다. 하긴 나도 초창기에는 영어로 하는 채팅에 정신이 팔렸었는데 이게 또 시간 잡아먹기엔 아주 좋다. 영어에 익숙지 못한 데다 회화는 더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사전을 뒤져가면서 해야 하고, 그래서 잠깐이다 싶은 데 2시간이 지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시분제가 되면 채팅이야말로 통신료 도둑놈이 된다. 1시간 채팅하면 전화료만 500원이니까 이젠 아무도 채팅을 하지 않는다.
램(RAM)과 롬(ROM)과 남(NAM)
채팅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건 여러 가지로 손해다. 채팅을 하는 도중에 컴퓨터 글쇠 고르는 속도가 숙달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글쇠를 익히는 데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정보산업의 총아 반도체로 롬이니 램이니 하는 것들이 있다. 컴퓨터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서 공업분야의 쌀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우연히 PC통신을 하면서도 듣게 되었다. 한 때는 이 말이 무척이나 유행하기도 했지만 키보드에 익숙지 못한 PC통신 이용자들은 호스트 컴퓨터에 연결해서 자기에게 온 편지를 읽거나 한다. 그래서 써넣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문장력도 없고 해서 당장에 끊어버린다. 즉 읽기만 하기 때문에 ROM(Read Only Member)이라 부른다. 또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은 이것을 읽으면서 당장에 회신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얹어 두기도 하고 주제 토론회에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읽기도 하고 보내기도 한다고 해서 RAM(Read And Mail)이라 한다. 그래서 체신부 안에 램당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 읽지도 보내지도 않는 사람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현상공모를 했더니 No read And Mail 이니까 줄여서 NAM이라고 하고 남이라고 읽자. 사실 읽지도 않고 보내지도 않으면 남이 아닌가요? 그러니 남은 논의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편이 낫다.
적은 요금으로 전처럼 마음껏 통신을 즐기는 법
PC통신을 하루에 1시간씩만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한 시간씩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작년에는 750원이면 되던 요금이 올해부터는 15,000원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기에 따라 까짓 껏 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큰돈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750원은 너무 적은 돈이다. 내가 써 본 경험에 의하면 매일 한 번씩 들어가 보고 답장 보내고 하는데 3분 정도면 가능하다. 어쩌다 긴 편지를 읽어야 하는 경우에도 6분이면 된다. 그러니까 롬인 경우는 하루에 25-30원이면 모든 내용을 다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써넣기이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된다. 간단하게 답신 만을 보내면 시간은 불과 3-5분 정도면 끝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나 긴 내용을 전송해야 할 경우에는 보낼 내용을 플로피 디스켓에 담아 두었다가 연결하여 담아 둔 다음 다운로드 시켜 보내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온 편지를 읽을 때에도 읽으면서 디스켓에 담고 나서 전화를 끊고 보내온 글을 읽은 후 회신을 작성하여 보내면 된다. 이 방법이 통신료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문제는 채팅이다. 이거야말로 완전히 없앨 수도 없고 요금을 생각하면 하기도 그렇고… 하루 한 시간씩 쓴다고 가정하고 한 달에 5,000원 정도를 추가 부담할 수 있으면 작년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듯하다. 시분제 실시와 더불어 제기된 PC 통신의 문제점을 생각하여 보았으나 시한부로 어느 정도 정보통신 산업이 정착될 때까지는 인재 육성을 한다는 측면에서 특별 할인 제도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휴대전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금은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전화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종량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사용자들이 크게 반발하곤 했었습니다. 전화 요금 문제는 PC통신이 발달하면서 더 크게 생각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화를 위해 만든 네트워크를 PC통신으로 이용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