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자판 방식은 다행히도 조합형으로 되었지만 옛날에는 완성형 코드를 표준 코드로 사용했었습니다. 그 둘의 차이는 우리 한글은 사용하지 않는 문자이더라도 다양한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완성형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문자는 코드로 등록하지 않아 화면에 표현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글의 표준코드
국내정보산업을 위해서 현재 컴퓨터의 한글 표준코드로 지정된 완성형 코드를 조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컴퓨터와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일고 있다. 정부에서 제정한 현행 완성형 코드로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모두 표현할 수 없으며 한글의 특성상 조합형이 한글 표현에는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한국 전자출판연구회(회장 허창성)는 제3차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당국에 건의하는 한편 앞으로 조합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마인드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계몽 활동을 펴 나가기로 했다. 이 건의서에 의하면 현재 표준으로 제정된 한글 2천3백50자와 한자 4천8백88자를 한글은 1만 8천 자와 한자는 2만 5천 자까지 확대해야 하며 지금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의 한글 한자 처리가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진정 우리글을 사랑하는 뜻있는 일각에서 예전부터 목소리를 높였던 내용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완성형 코드와 조합형 코드의 논란
그럼 왜 완성형 코드와 조합형 코드의 논란이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고 문제점으로 남아있는가? 이 문제의 근본을 따지기 위해 먼저 한글의 글자체계를 간단히 살펴보자. 한글은 우리 민족만이 사용하는 과학적인 언어로서 창제 당시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로 총 28자였으나 지금은 24자가 사용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자음과 모음이 어우러져 비로소 완성된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마음껏 조합되면서 글자수가 무수히 만들어지고 이러한 특성은 우리의 언어가 무한히 발전할 수 있으며 풍부한 어휘 력으로 자랑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한 글자의 기본 구성은 자음(초성)+모음(중성)+자음(받침)인데 초성은 자음 14개와 쌍자음 5개의 19개로 중성은 모음 10개와 복모음 11개의 21개로 종성은 자음 14개와 복자음 11개 그리고 쌍자음 2개의 27개로 사용된다. 이 원칙에 의해서 표현될 수 있는 한글은 받침이 없는 글자가 339개이고 받침이 있는 글자가 10773자 듬 총 11만 1천1백72자이다. 수치 계산에서도 알 수 있듯이 11만 자 이상이나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겨우 2천3백50자 만을 사용하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글을 말살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조합형을 주장하는 측의 설명이다.
완성형 코드가 제정된 이유
여기서 완성형 코드가 국가 표준코드로 제정된 배경을 보자. 컴퓨터가 외국에서 만들어진 관계로 한글을 사용하려면 특별한 방법으로 한글을 기억시켜야 하는데 컴퓨터의 기억 단위인 비트를 이용하고 있다. 1974년 공산품에 대한 KS 규격이 제정되었고 컴퓨터에 사용되는 정보 교환용 부호는 KS C 5601이라는 규칙에 들어 있다. 이때 현재와 같은 완성형 코드 규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보급이 되기 시작한 1985경부터 하나의 통일된 국가 표준코드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컴퓨터 제조업체와의 몇 번에 걸친 공청회와 전문회의를 거쳐 결국 1987년 3월 7일 8비트 2바이트 완성형 코드가 확정 발표되었다. 이 당시 국내의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2바이트 조합형이나 N바이트 조합형이나 3바이트 조합형이나 2바이트 완성형 등 나름대로의 한글코드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었다. 따라서 같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컴퓨터끼리 한글 소프트웨어가 서로 호환이 되지 않고 외국 컴퓨터와는 호환이 된다는 비난과 우스갯소리들을 하곤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통일된 코드의 필요성을 모두가 실감하고 있었던 차에 표준코드가 제정되었는데 이 표준코드는 왜 지금까지 말 많은 코드가 되었는가? 그것은 완성형 코드가 앞서 설 명했던 이유뿐 아니라 코드표에 없는 글자를 사용해야 할 경우 코드표를 다시 수정해야 하며 프린터로 출력할 경우 많은 폰트가 필요하여 메모리의 낭비가 많아지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완성형이 표준코드로 정해진 것은 국제 표준화 기구(ISO: InternationaI Oranization Standardization)의 부호표기 법을 따른 것과 그 밖에 지면 관계상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이유에 의해 제정된 것이다. 결국 국제 표준화에 맞추고 외국 소프트웨어에 기준하여 한글 소프트웨어 개발이 용이한 완성형 코드를 주장하는 측과 한글의 특성과 컴퓨터에서 이론상의 장점을 들어 조합형을 주장하는 측의 의견이 지금까지 팽팽히 맞서 있는 가운데 국가 표준코드를 사용한 컴퓨터에게 사업상의 유리한 제도적 장치로 인해 대다수의 pc 생산 업체들은 점차 완성형 코드에 맞추어 pc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 각 분야의 실생활에서 대다수의 의견과는 상반되는 규칙이나 조항이 제정되는 경우가 많음을 자주 본다. 그로 인한 국가적 낭비는 둘째 문제라고 해도 국민의 정당한 권리나 자연스러운 행동의 제약은 민주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글코드 문제가 반드시 이와 관련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합형 코드를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원하고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에서 좀 더 유동적인 사고방식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표준화 과정에서 사용자의 의견과 산업의 의견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표준화라는 이름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하는 정부의 입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완성형 한글을 매우 자유롭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 당시 시스템이 열악했던 것도 한 몫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한글이 더 널리 알려져 그에 맞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