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온라인 산업이 발달하여 많은 제품들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는 밀집 상가를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자제품은 용산 전자상가가 가장 큰 시장을 이루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많은 물품을 다루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상가별로 특색을 가지며 전문 매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럼 90년대 당시에는 어떤 전문 상가들이 발전했는지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9핀에서 24핀 도트에서 잉크 젯으로 프린터 전문 매장
컴퓨터 본체와 함께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프린터이다. 얼마 전까지는 프린터 가격이 매우 고가여서 학생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EPSON 사의 LX 800 9핀 프린터가 국내에 유통되면서 프린터의 대중화를 앞당기게 되었다. 이 당시 LX 800 제품은 대부분 수입품이어서 가격도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삼보 제품보다 저렴했다. 이후 24핀 프린터의 대중화를 담당하게 된 것은 EPSON 사의 LQ 550으로 50만 원 대에서 거래되는 등 컴퓨터 보급과 함께 프린터 보급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삼성 휴렛팩커드에서 발표한 데스크 젯 500은 가격도 저렴하고 출력은 300 dpi로 레이저 프린터에 접근하는 고급 출력이 가능하여 짧은 기간에 2만 대 이상을 판매하였다. 또 일본 캐논사의 국내 독점 대리점인 롯데 캐논에서는 저가격 버블 젯 제품을 발표하면서 국내 각 프린터 제조사와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 일대 접전을 앞둔 상태이다. 이처럼 다양한 프린터를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점차 프린터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늘어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모뎀이 없는 컴퓨터는 반쪽 컴퓨터 모뎀 전문 매장
혼자만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사용자 자신의 노력과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사용하다 발생되는 문제나 사용하는 방법이나 하나하나 매일 참고서적을 찾아보며 컴퓨터 지식이 쌓여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장 애타게 찾는 곳이 컴퓨터를 구입한 매장이나 컴퓨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친구나 친지들을 찾게 된다. 그러나 PC 통신이 대중화되면서 통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PC통신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모뎀일 것이다. 이러한 모뎀은 현재 수십 종류에 이르기 때문에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좋은 제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들 매장에서는 하루 20여 대의 모뎀을 판매하고 있는데 요즘은 내장형 모뎀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형식 승인된 제품만 취급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2400 bps 모뎀의 속도를 개선한 MNP 모뎀도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2400 MNP 내장형의 경우 9만 원에서 12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으며 외장형의 경우 17만 원에서 20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각 매장에서 컴퓨터를 판매하면서 형식 승인을 받지 않은 내장형 모뎀을 끼워주고 있는데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며 될 수 있는 한 MNP를 지원하는 모뎀을 구입하는 것이 국내 전화 사정 상 무리 없는 통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충고한다.
컴퓨터의 얼굴인 모니터 전문 매장
모니터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컴퓨터와 함께 구입하므로 모니터 전문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과거에 컴퓨터를 구입한 사용자 대부분이 흑백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어 최근 컬러로 교체하면서 컬러 모니터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래픽이나 캐드나 게임 등에서는 아예 컬러 모니터가 아니면 실행되지 않는 것도 있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한다. 컬러 모니터의 경우 외국산 제품이 국산보다 많이 보급되어 있으나 국산 제품의 질도 우수해지고 있다. 국내 제품으로는 삼성전관의 샘트론이나 현대전자 혹은 금성모니터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것만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근래 국산 모니터가 외국산보다 기능이 더 우수하고 캐드나 특수 그래픽 분야에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멀티싱크나 슈퍼 VGA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학생 사용자들은 간단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게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컬러 모니터를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인 현실을 본다면 값도 저렴하고 기능도 손색없는 표준 VGA가 적당하다. 각 모니터 전문 매장에서는 모니터 이외에도 그래픽 카드도 판매하고 있는데 각 모니터에 적합한 그래픽 카드를 비치해 놓고 있다.
보조기억장치인 FDD와 HDD의 전문 매장
애플 매킨토시나 아미가 등의 순수 외국 컴퓨터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제작된 대부분의 컴퓨터에서는 5.2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5.25 인치 플로피 디스켓은 충격에 약하고 저장 용량도 3.5인치의 반 밖에 되지 않아 근래에 들어선 3.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한 컴퓨터가 늘고 있다. 현재 3.5인치의 경우에는 1.44 메가바이트 드라이브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AT 컴퓨터의 경우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와 40메가 하드디스크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대부분 개인이 직접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초보자들은 조그만 실수로 컴퓨터 전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전문 매장을 방문하여 전문 기술자로부터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디스크 드라이브만 전문으로 7년 동안 공급하고 있는 드라이브 하우스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만큼은 반드시 전문 취급점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용량과 하드디스크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신뢰할 수 있는 정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설치방법과 사용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드디스크나 플로피 디스크를 구입한 사용자가 직접 본체를 가지고 가거나 설치요령을 간단하게 가르쳐 준다. 한편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드디스크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지금은 국산 제품의 성능이 좋아 이를 찾는 사용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80메가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3년 전의 20메가바이트 하드디스크의 가격대로 떨어져 근래에는 대부분 80메가바이트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권하고 있다.
전자악기로 다가선 컴퓨터인 사운드 카드 전문매장
컴퓨터에 내장된 스피커로 게임음악을 감상할 때면 매킨토시나 아미가의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IBM PC에서 언제나 가능하려나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애드리브가 국내에 발표된 후 IBM의 사운드는 매킨토시나 아미가에 접근하게 되었다. 이것도 잠시 음의 입력이나 출력이나 샘플링 혹은 미디 기능이나 말하기 기능 등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기능이 내장된 사운드 블래스터가 발표되어 화제가 되었다. 애드리브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은 국내 조립품이며 애드리브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지금은 컴퓨터를 구입할 때 기본으로 장착해 주는 곳도 많아졌다.
컴퓨터 전용 가구
컴퓨터를 처음 구입하여 대부분은 책상 위에 컴퓨터를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무관심하게 여겨지던 책상에 의해 학생들의 앉은 자세가 삐뚤어지고 손목이나 팔꿈치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종의 컴퓨터 관련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증상은 컴퓨터의 사용 용도에 맞게 제작된 전용 책상에 의해 고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컴퓨터 책상이 사무용으로만 여겨졌으나 근래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세운상가에서는 유일하게 컴퓨터 가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진공업이나 전자랜드에서는 공간 절약형 제품을 약 6가지 내놓고 있는데 이들 제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잠금장치 테이블이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모니터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으며 프린터를 모니터 윗부분에 설치 좌우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자신의 컴퓨터를 타인이 조작하지 못하도록 열쇠도 부착되어 있다. 학생들이 컴퓨터 가구를 구입할 때 자신의 방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해야 하고 목재 가구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큰 것보다 공간 절약형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이러한 가구도 배치할 수 없는 방에는 공간 활용과 편의성을 강조한 아이디어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일명 모니터 팔이라 불리고 있는 이 제품은 기존의 책상에 부착하여 모니터와 키보드를 설치한 후 사용할 때 키보드만 내리면 사용할 수 있다.
소모품과 액세서리 전문매장
컴퓨터에서 의미하는 소모품은 과연 어디까지를 의미할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소모품과 액세서리 전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본체와 모니터 혹은 프린터 이외의 모든 제품을 소모품이나 액세서리로 취급하고 있다. 현재는 키보드와 마우스나 마우스 패드나 보안기 혹은 디스크 드라이브나 클리너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소모품을 주로 취급하는 이들 매장에서는 일반 매장보다 조금 싼 가격에 소모품을 구입할 수 있다. 컴퓨터 소모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스켓은 제조회사와 관계없이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3.5인치 2HD는 박스당 2만 원선이고 2D는 1만 2천 원선에 거래되며 5.25인치 2HD와 2D도 1만 원과 5천 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어 일반 매장보다 10에서 20퍼센트 싸게 팔리고 있다. 또 디스켓과 함께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소모품으로 프린터 용지를 들 수 있는데 80 컬럼 한 박스 당 6천 원 내지 7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키보드가 소모품으로 자리 잡지 않았지만 근래 들어 입력작업이 빈번한 사용자는 이것의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서와 같이 기능이나 모양 등이 다양한 키보드가 비치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101 키보드 몇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2만 5천 원에서 2만 7천 원 선이다. 한편 컴퓨터 소모품과는 달리 액세서리는 대부분 아이디어 상품이어서 그 수명도 매우 짧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디자인이나 컬러 등을 변경한 제품이 속속 전시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컴퓨터 액세서리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타이핑 클립으로 무거운 책을 올려놓을 수는 없지만 복사용지나 간단한 서류를 집게로 집어 볼 수 있는 편리한 제품이다.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도체 전문매장
1년 전의 XT나 AT에는 640KB의 메모리가 기본으로 장착된 컴퓨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메모리의 한계에 부딪혀 실행을 포기하곤 한다. 윈도즈가 그렇고 윙 커맨더가 그렇고 언제부터인가 1M 바이트의 메모리도 이제는 많지 않은 용량이 되었다. 메모리는 컴퓨터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다른 주변장치와 달리 초보자들과는 거리가 먼 장치로 취급받아 왔다. 그러나 메모리 부족으로 실행시키고 싶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근래 메모리 업그레이드에 사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구입할 때 메모리 확장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며 이렇게 구입한 제품들 대부분은 확장 방식이 초보자가 직접 설치하기엔 무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매킨토시에서는 메모리 확장이 간단한 모듈 램을 채용하여 초보자라도 구입 후 즉시 설치할 수 있지만 IBM PC 호환기종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칩 하나씩을 메인보드에 꽂는 방법으로 메모리를 확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확장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모듈 램의 경우에는 확장 보드와 같은 형태로 메모리를 확장하는 한 형태인데 최근에는 256KB나 1M이나 4M의 모듈 램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메모리 확장을 위해 본체를 컴퓨터 매장까지 운반하여 매우 비싼 가격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킨토시의 경우 1MB 확장하는데 약 10만 원이 소요되는데 직접 메모리를 취급하는 매장에서 모듈 램을 구입하면 그 절반의 가격으로 설치할 수 있다. 메모리를 1M 바이트 확장 시 3만 2천 원에서 3만 5천 원으로 매우 저렴하며 모듈 램의 경우 1메가가 3만 5천 원이고 4메가가 1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이들 매장에는 메모리 이외에도 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코프로세서 등 모든 칩을 취급하고 있어 인터페이스 공작이나 컴퓨터 속도 증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 전문 서적
컴퓨터에 대한 지식은 컴퓨터를 사용해 보면서 쌓이기도 하지만 참고자료에서 얻는 지식에 비할 수는 없다. 서점이라 하면 모든 분야의 서적을 총망라한 곳만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근래 컴퓨터 붐이 일면서 컴퓨터 전문 서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은 물론 백화점 서적 코너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컴퓨터 전문 코너에 독서광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기 전문 서적에는 기본적인 도스 명령어를 정리한 서적이나 베이직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법을 다룬 서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근래 컴퓨터 그래픽이나 음악이나 통신 혹은 게임 등 컴퓨터 활용을 다룬 단행본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은 일본이나 미국의 서적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데 이러한 서적은 몇몇 전문 서점을 제외하고는 취급하는 곳이 매우 드물다. 컴퓨터 전문기술만을 취급하는 곳은 현재 세운상가나 나진상가에 있는데 이들 서점에서는 국내에서 출간되는 컴퓨터 전문지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의 원서를 취급하고 있으며 특히 세운 기술 서적과 첨단 서적에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외국의 유명한 컴퓨터 잡지도 취급하고 있다. 이들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외국서적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가격을 보는 방법은 12라고 쓰여 있는 것은 1만 2천 원이라는 표시이다. 전반적으로 국내의 전문 매장은 아직까지 대형 유통사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용산이나 세운상가와 같이 중소매장은 매우 영세하여 단일 품목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 각 부분별 전문화에 의해서 앞으로 특정 품목만을 취급하는 전문 매장은 날로 늘어 갈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문 취급점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매장이 많아지면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믿을 수 있는 풍토가 부족한 우리의 실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컴퓨터와 관련한 주변기기들을 전문매장에서 취급하면서 사용자들은 가격을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자신이 찾는 것을 정확하게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온라인 스토어들이 전문 제품을 취급하는 이유는 이와 비슷한 이유였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카테고리에 따라 전문 제품을 취급하는 성향은 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