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는 대한민국 IT 산업 초기의 개척자 중 하나로, 컴퓨터가 낯설던 1980년대부터 국내 PC 시장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21세기를 준비하며 탄생한 이 회사는 대한민국의 정보화 사회 구축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제 그 역사를 돌아보며 삼보가 쌓아온 업적과 미래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삼보컴퓨터의 시작
국내에 컴퓨터라는 아니 우리에게 좀 더 친근한 용어인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하게 들리던 1980년 여름, 21세기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미래의 보석을 가공하고자 ‘삼보(三寶)’라는 자그마한 컴퓨터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컴퓨터 회사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아졌고 오히려 컴퓨터가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인식될 만큼 컴퓨터에 대한 마인드가 성숙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컴퓨터, 정보화 사회, 자동화라는 것은 달나라의 토끼 이야기보다도 더 설득력이 없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컴퓨터라는 괴상한 물건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주위의 구박을 실컷 듣거나 오히려 그 돈으로 강남에 땅이나 사 두라는 그럴듯한 유혹이 더 매력적일 때였다. 이처럼 국내의 컴퓨터 산업이라면 사막과 같던 모래밭에 한 바가지의 물을 뿌린 것이나 다름없던 ‘삼보컴퓨터’의 설립이 10년이 지난 이제, 정보화 사회라는 울창한 오아시스를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개념이 바뀌어 버린데 우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하루가 컴퓨터로 시작해서 컴퓨터로 끝남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컴퓨터 시대에서 삼보 컴퓨터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가?
시작이 반
사람들에게 컴퓨터라는 것이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아마도 지금과 같이 모니터에 키보드가 있고 자신이 무언가를 직접 입력시키면 어김없이 결과를 보여주는 개인용 컴퓨터의 모습이 등장하고부터 일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라면 거대한 기계 덩어리로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과 기술 축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거대한 컴퓨터가 작은 책가방 만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1970년대 미국에서 선보인 애플 컴퓨터라는 것이었다. 그 후 국내에서도 세운상가의 전자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이 애플 컴퓨터가 하나둘씩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삼보에서 Z-80을 사용한 SE-8001이라는 제품을 처음 제작하였는데 이 제품은 질 보다는 우리도 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삼보컴퓨터가 생기기까지 모체가 된 것은 KIST의 멤버들이 세운 동양전산(주)라는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시도했던 일들은 프린터와 외국 미니컴퓨터의 CRT 터미널 한글화 작업이었다. 사업 추진에 있어서 자금 문제로 동양전산은 뿔뿔이 흩어지는 신세가 되었고 이후 1980년대 초 국내에 불어 닥친 컴퓨터에 대한 열기는 우여곡절 끝에 삼보컴퓨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삼보컴퓨터의 제품으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트라이젬 컴퓨터가 있다. 한 때 국내 컴퓨터 시장을 8비트 애플 컴퓨터가 석권하면서 삼보의 트라이젬 시리즈는 8비트 PC의 대명사로 인식되기까지 했으며 계속해서 16비트 컴퓨터를 소개하면서 PC 분야에서는 남다른 탄력성으로 일관해 왔다. 또한 하드웨어 전문 제조업체이면서 소프트웨어의 공급에도 힘을 기울인 회사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 삼보컴퓨터의 대명사처럼 된 것으로 워드프로세서인 보석글이 있다. 이 보석글은 국내에 워드프로세서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였으며 몇 차례의 기능 보강을 통하여 개선된 ‘보석글 V’는 현재 가장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로 평가받고 있다.
중소기업 이미지 탈피
삼보컴퓨터는 설립 9년째인 지난해 자본금 150억 원 규모의 상장기업이 되었다. 전문기업으로 기업을 공개하는 일은 국내에서 3번째로 공개 규모가 기존의 2개 기업에 비교해서 가장 크다. 1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매출액 2천억 원, 종업원 1천6백 명, 13개의 자회사 및 합작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지금 삼보컴퓨터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1만 평 규모의 제2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제1공장의 생산 능력을 보면 PC가 60만 대, 프린터가 6만 대, 워드프로세서 전용기가 1만 대인데 이 생산 능력으로는 미처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어 공장 확대가 시급한 문제였다.
이제 공장이 완공되면 년간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삼보에서 현재 생산하는 PC는 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교육용 컴퓨터인 젬파워를 비롯하여 386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 생산 품목인 PC에서 통신,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보의 컴퓨터는 대략 3단계의 설계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첫 단계가 완성이 되지 않으면 설계를 추진하지 않는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완성된 제품에 대해서는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설정해 놓고 테스트를 거쳐 합격품을 선별하고 있다.
연구소 중심의 기업
그리고 삼보에는 연구 및 관리의 인원이 생산직 인원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점차 공장 자동화에 따른 생산 인원의 감소가 원인이지만 연구를 하고 제품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와 함께 기술연구소, 소프트웨어 사업부, 통신사업부는 삼보컴퓨터의 두뇌 집단이며 특히 기술연구소는 삼보컴퓨터의 모든 연구가 집약되는 곳이기도 하다. 기술연구소는 8개의 연구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고유 연구를 하고 있다. XT, AT, 286, 386 및 PS/2 호환기종이나 각종 도스 유틸리티, 도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등 우리 생활과 직접 연관이 깊은 내용들을 연구는 연구 2실과 3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각종 비디오보드를 비롯해서 삼보컴퓨터의 바이오스, 보석글을 비롯한 워드프로세서, 유닉스의 한글화와 유닉스를 탑재한 시스템을 이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 레이저 빔 프린터, 음성정보 시스템, 모뎀, LAN, PC FAX, ISDN, PCB의 ARTWORK, 신제품의 구상이나 ASIC TOOL의 문용과 잘못된 제품의 검증 등이 나머지 연구실에서 행해지고 있다.
작년에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주요 업적을 보면 TG-386V(20 MHz)을 개발하였고 한글 유닉스 버전 3.0, 보석글 V, 386 워크스테이션, 한글 비디오 보드 ASIC화 한글 VGA 보드, 음성정보시스템, 모뎀(BOOM2424), PC-FAX 등이다. 그리고 올해의 주요 사업 계획을 보면 연구 개발비로 179억 3천1백만 원을 투입, 386(33 MHz), 저가형 286, 랩탑, 80 칼럼 한글 비디오보드, 한글 유닉스 버전 4.0, LAN 시스템, 팩시밀리, ISDN 단말기 등이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사업본부에서는 삼보컴퓨터가 하드웨어 전문업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하드웨어 구입’이 절름발이가 되지 않도록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개발되는 주요 소프트웨어를 보면 스프레드시트, 한글 데이터베이스,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워드프로세서 통합 소프트웨어, 한글 X-WINDOW 시스템, 한글 4세대 언어 등이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분야와 관련된 한글 문서인식시스템, 전문가 시스템의 개발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에도 국내 기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의 일환으로 CASE(Computer Aided Software Engeneering) 툴을 국내에 공급하고 한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밖에 사무자동화, 경영정보시스템, 의사결정지원시스템도 주요 연구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통신 분야의 연구를 위해 통신사업본부에서는 ARS 분야, 통신단말기 분야, 통신장치 분야 및 컴퓨터통신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ARS 분야는 음성 응답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디지콤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을 삼보에서 인수하여 서울 올림픽 당시 경기 상황의 응답 시스템으로 활용,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관심을 끌었고 다음 올림픽 개개최지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이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통신단말기 분야에서는 팩시밀리와 모뎀 개발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 트라이젬 24, 24E24+24F 등 4가지의 내장, 외장형 모뎀이 개발되어 있다.
이밖에 삼보에서 생산하고 있는 프린터는 PC와 함께 꾸준히 영역을 확보해 온 제품이다. 프린터 사업은 지난 1983년부터 시작하여 9핀, 24핀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를 공급하였는데 최근에는 일본의 리코, 캐논 등에서 프린터용 엔진을 수입하여 레이저 프린터를 조립 생산하고 있는데 삼보의 자회사인 휴먼컴퓨터에서 레이저 프린터용 한글폰트 개발을 하고 있다. 흔히 삼보의 컴퓨터는 가격이 비싸다고들 한다. 이렇듯 고가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연구 개발비에 남다른 투자를 하고 있으며 판매한 제품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완벽히 갖춤으로써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데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보컴퓨터는 11개의 자회사와 2개의 합작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회사 가운데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관련 업체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삼보와 업무적인 연관으로 삼보컴퓨터를 더욱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힘이 되고 있다. 세 개의 보석이라는 삼보, 이 보석들이 어떤 모습으로 계속 빛을 낼지 두고 볼 일이다.
삼보컴퓨터는 IT 업계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며 성장해왔습니다. 오늘날의 삼보는 고유의 연구소와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력으로 대한민국 IT 산업의 중심에서 빛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