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글은 매우 과학적인 언어로 그 원리를 꺠치고 나면 어떻게 이런 문자를 만들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글자의 모양을 입과 목의 모양으로 만든 것부터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글을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완성형과 조합형 논쟁
요즘 컴퓨터로 원고를 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글자의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 진작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활발하게 논의되는 요즘 모습을 보면 이제는 무언가 될 듯해서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필자는 평소에 우리글의 표준화에 관련되는 과제로서 첫째는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불리는 한글의 라틴문자 전자법과 둘째로는 한글코드 그리고 셋째로는 한자코드와 넷째로는 글자판 그리고 다섯 번째는 글자꼴과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한글 워드 프로세서 등에 대해 항상 생각해 왔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큰 문제였다. 때문에 이의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의 집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수차례에 걸쳐서 주장하여 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의 돌파구가 될 토론회가 4월에 열렸다. 데이콤이 운영하는 PC Serve 안에 있는 21세기 마을이라는 동호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생각하는 한글 코드의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와 글자판의 2벌식이냐 3벌식이냐라는 주제로 말의 타이들 매치를 열었다. 필자도 여기에 참석하여 여러분의 발표를 듣고 보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조합형에 대한 요구는 팽배했지만 막상 실현은 주춤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의 논쟁을 들으면서 필자는 조합형에 대한 요구가 그렇게 많으면서도 어떻게 조합형을 만들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2가지를 느꼈다. 조합형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코드 영역인 1만 1천1백72 자가 확보되어야만 조합형 주장에 타당성이 인정되는데 바로 여기에 조합형이 좋은 줄 알면서도 선뜻 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 출판계에서 요구하는 한자 코드의 1만 5천 자와 고어의 수용영역 문제도 걸려 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모두가 가능한 글자세트를 구성해야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한 분야의 전산화를 위해 KSC-5601의 코드체계를 선택했지만 이것이 정작 우리 글자 문화를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것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정보산업은 아직도 전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PC통신이 제법 일반화되면서 뒤늦게나마 이런 중요 과제가 발굴되는 게 아닌가 한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만은 형식적인 다른 세미나나 토론회와는 달리 반드시 후속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2벌식과 3벌식 자판논쟁
자판을 2벌식으로 할 것이냐 3벌식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은 그야말로 열띤 공방전이었다. 지금 현재 한글 자판은 텍렉스는 체신부에서 타자기는 국무총리실의 과학기술처에서 그리고 컴퓨터 자판은 공업 진흥청(KS) 소관으로 자판 배열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이 한 상황 아래에서 글자판의 통일 논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필자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자판도 KSC-5715에서 정해진 이른바 2벌식이다. 최근에 정해진 타자기 자판도 2벌식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컴퓨터 자판도 쉬프트키와 함께 쳐야 하는 글자가 7개나 되고 타자기도 쉬프트키와 함께 쳐야 하는 것은 모든 받침 글자가 다 그렇단다. 그리고 필자는 이른바 3벌식을 써본 경험이 없어서 좋다 나쁘다고 평가할 자격도 없지만 현재 자판에서 가장 오타가 많이 생기는 원인은 쉬프트를 활용한 된소리 때문이며 특히 빈도가 높은 쌍시옷인 경우는 매번 눈으로 확인해야 할 정도가 다. 영타도 소문자 2벌에 대문자 2벌의 합계 4벌이지만 영타인 경우는 2벌을 포기하여도 못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일본도 JIS로 정한 일본글자 자판 50자를 0퍼센트 이상이 무시하고 로마자입력과 가타카나 변환이라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은 바로 쉬프트키의 복잡성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새끼손가락의 부담이 너무 많아서 이것을 엄지손가락으로 기능 재배치를 했을까 싶었다. 스페이스 바를 4 등분해서 안쪽 2개를 쉬프트키로 삼아서 만든 새로운 워드프로세서를 왜 만들어야 했으며 이것이 일본에 새 바람을 일으킨 이유를 한글 타자를 위해 자판을 두드려 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쉬프트키의 사용은 거의 없도록 자판을 재배치해야
필자는 적어도 한글 입력만을 위해서는 쉬프트키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시 요약하면 2벌식이든 3벌식이든 쉬프트키를 쓰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이다. 결국 쉬프트키를 쓰는 현 2벌식은 개정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필자는 모음은 왼쪽에 자음은 오른쪽에 재배치하자는 공병우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며 한글 글쇠의 숫자는 30개 내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프트키를 치지 않더라도 한글 입력은 모두 가능해야 한다. 그러면 한글 모아쓰기 오토마타가 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노력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자판 토론에서 느낀 점은 먼저 텔렉스 타자기와 컴퓨터의 한글 자판을 글자와 기능을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미래자판을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글자에 관한 문제는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두에 말한 대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문제 제기 수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뒤따르기만 한다면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노력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의 반론도 좋고 의견도 좋고 건의도 좋다.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21세기의 주역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차후에 자식들에게 무엇을 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더욱 연구 노력해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 해온 것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벌식과 3벌식 논쟁은 컴퓨터 초기에 상당히 많이 제기되었던 문제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모두 순응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는 컴퓨터의 대중화에 있어서 물론 효율적인 것도 좋지만 컴퓨터를 아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