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나라에는 마땅히 컴퓨터 그래픽을 교육할 만한 곳이 없었다. 굳이 정식으로 공부하려면 저 먼 나라로 외국유학을 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유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필자로서는 스스로 컴퓨터 그래픽의 방향을 모색하는 독학만이 최선의 길이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던 중에 만난 아미가 컴퓨터, 아미가와의 만남은 컴퓨터 그래픽의 완벽한 실습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시작과 갈등들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 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자그마한 보탬이 되고자 필자의 얘기를 조금 더 계속해 보겠다. 현재 필자는 세 번째 갈등에 와 있다. 그 첫 번째 갈등은 1984년 미술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일 때로 애플 베이직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가능성을 확신하기 시작한 지 1년여쯤 지난 후였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패키지 프로그램(디럭스페인트, 닥터할로 등)들을 볼 수도 없었고 쓸 수 있는 컴퓨터도 8비트 애플이 고작이었으므로 계속적으로 애플 베이직으로 단순한 그림과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 천 행의 베이직 프로그램으로 게임 비슷한 애니메이션을 몇십일에 걸쳐 짜고 계속적으로 에러를 수정하며 프로그램하여 수행해 본 후의 희열에 찬 만족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그러나 기어가는 듯한 움직임과 용량부족으로 인한 불충분한 조건들은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열정을 시들게 할 만큼 심한 갈증과 실망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얼마 동안의 갈등 기를 거쳐 내린 결정은 아직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을 미리 판단하고 포기하기보단 실력부족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였고 필자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으려면 컴퓨터를 좀 더 완벽하게 알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8비트 하드웨어와 Z-80 어셈블러였다.
어셈블러의 위력
붓과 스케치 연필이나 잡던 손이 IC 핀에 찔리고 인두에 데고 물집이 생기며 어렵게 배웠던 하드웨어, 지금 생각해 보면 한편 대견하기도 한데, 그러한 노력이 지금 부담 없이 컴퓨터를 사랑할 수 있는 나의 근본 배경이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하여튼 기초 2진수부터 시작하여 IC의 성능을 공부해서 회로도를 설계하고 어셈블러를 통한 기계어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여 작은 꼬마전구들(LED)에 불이 켜졌을 때 지금이라면 “따봉”이라고 크게 외쳤을 만큼 기뻤다. 시련 속에 온 첫 번째 갈등의 완벽한 해소였다. 그 후 MSX2에 연결하여 우리가 전철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 디스플레이 보드를 개발해 보고(기계어를 통한 매우 빠른 속도가 마음에 들었다) 외국 게임의 소스를 분석하여 컬러모니터를 제어하는 CRTC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 욕망을 만족시킬 만한 컴퓨터는 없었다. 비록 빠르다고는 하지만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실행하기에도 어셈블러는 필요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했다. 아이디어 구상하고 창작 활동을 통한 아티스트의 기분보다는 내가 전산학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프로그래밍에 지치기도 했던 것이다. 더욱이 삼성, 금성의 컴퓨터 그래픽 CF와 88 올림픽 등 텔레비전에서는 외국에서 제작된 우수한 컴퓨터 그래픽 작품들이 일반대중에게 쉽게 보이고 컴퓨터 만능주의를 연상시킬 만큼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들을 했다. 그래서 내가 8비트 컴퓨터로 한다는 컴퓨터 그래픽은 유치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두 번째 갈등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 갈등의 시작
드디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컴퓨터 그래픽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던 필자의 눈에 세 종류의 16비트 컴퓨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IBM과 매킨토시 그리고 아미가 컴퓨터였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기종은 IBM호환 컴퓨터들이지만 필자는 솔직히 IBM 컴퓨터의 그래픽 수준에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CPU에 대한 불만으로 IBM에 들어있는 80 계열(XT는 8086, AT는 80286, 32비트는 80386)의 CPU보다는 매킨토시나 아미가에서 쓰는 68 계열(16비트인 아미가 68000, 매킨토시는 32비트인 68020과 68030)이 더 그래픽적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8비트 컴퓨터에서 6502 CPU를 쓰는 애플보다 Z-80 CPU를 쓰는 MSX 방식 컴퓨터가 더 그래픽이 우수한 점과 비슷하리라 생각한다(애플보다는 MSX의 게임 그래픽이 훨씬 뛰어나다). 아무튼 IBM은 필자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마침내 필자에게 거의 동시에 다가온 컴퓨터가 있었는데 바로 매킨토시와 아미가였다.
그래픽 기능이 뛰어난 매킨토시 역시 CPU도 68 계열로서 깨끗하게 보이는 그래픽 화면은 지금 보아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필자의 고질적인 병인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욕구가 매킨토시보다는 아미가에 추파를 던지게 했다. 드디어 독자들이 장황한 필자의 경험담을 참고 읽을 수 있게 해 준 호기심 어린 아미가 컴퓨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코모도어라는 회사
독자 여러분들은 XT, AT 그리고 PS/2를 만든 IBM 회사와 8비트인 애플과 그 유명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든 애플 사는 많이 들어 보았어도 코모도어라는 회사는 처음 들어보는 독자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미국 내에서 8비트 컴퓨터 하면 애플만이 존재하리라 여기겠지만 8비트가 처음 시장에 나온 1978년에 이미 세 개의 회사에서 나온 8비트 컴퓨터가 선을 보였었다. PC의 효시랄 수 있는 코모도어 회사의 패트(pet)와 애플사의 애플 컴퓨터 그리고 탠디사의 TRS였다. 그리고 결국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가 8비트 PC시장을 석권하게 되었다. 또한 그 후에 16비트 컴퓨터에서는 IBM 컴퓨터가 사무자동화(OA)용으로 컴퓨터 업계를 평정하고 애플 사는 IBM의 단점이랄 수 있는 그래픽 기능을 보강한 매킨토시로 당당히 16비트 컴퓨터의 대열에 서게 된 것이다. 여기에 두 컴퓨터의 양대 산맥에 엉거주춤 끼어 있던 코모도어 사는 16비트 컴퓨터의 방향모색을 새로이 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IBM 컴퓨터의 OA시장을 침투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게다가 매킨토시의 우수한 그래픽 성능과도 경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거라곤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기능, 그리고 가격 경쟁뿐이었다.
하드웨어의 종류와 특징
1981년에 IBM, 1984년에 매킨토시 컴퓨터에 이어 87년에 발표된 아미가 컴퓨터는 처음에 아미가 1000이 나오고 곧이어 아미가 500, 2000이 개발되었는데 현재 아미가 1000은 거의 사장되고 68000 CPU가 채용된 아미가 500과 2000 그리고 작년에 발표된 32비트 CPU인 68020을 내장한 아미가 2500이 선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 CPU 68030의 아미가 3000이 발표되었다. 500과 2000의 차이는 단지 확장성의 차이점으로 완벽하게 같은 성능과 기능을 갖는다. 하드웨어적인 특징으로는 IBM이나 매킨토시보다 늦게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개발된 하드웨어에는 우수한 기능이 많이 첨가되어 있다. 특히 그래픽과 사운드의 기능이 다른 컴퓨터에 비해 월등해, 다른 카드의 보충 없이도 자체 보드 내에 기능들이 이미 내장되어 있으며 어떠한 컴퓨터에서도 볼 수 없는 애니메이션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멀티 태스킹과 멀티미디어의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둘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한다. 컴퓨터에 한 가지의 일을 시키면서 또 다른 일도 처리할 수 있는 경우를 ‘멀티 태스킹’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양의 글을 프린트하면 어떤 경우에는 몇 시간이고 컴퓨터는 프린팅 하는 일만 정신이 없어 유저가 어떤 다른 명령과 일을 수행시킬 수 없게 된다. 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멀티 태스킹이다. 원래 대형 컴퓨터에서 이루어지던 중요한 기능으로 아미가는 PC 중 ‘멀티 태스킹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물론 램 용량이 문제가 되겠지만, 필자가 쓰는 아미가 컴퓨터에서도 두 개의 그래픽 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워 사용할 수 있고 디스켓 포맷 또한 두 개의 드라이브를 통해 동시에 수행시킬 수 있다.
영화감독의 꿈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매체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러한 꿈의 영상을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컴퓨터로 엮어낼 수가 있다면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실제 영상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더욱이 사운드까지도 첨가할 수 있다면(실제로 방송국에서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이 멀티미디어라 불리는 첨단기술로 멀티미디어 기능에 가장 우수한 컴퓨터가 다름 아닌 아미가 컴퓨터이다.
그래픽의 근본
컴퓨터의 그래픽 성능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따져 물어볼 것이 해상도와 컬러 수이다. 지난 호에 몇 번 언급하였지만 모니터 화면은 점(DO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이 X, Y 축으로 몇 개씩 나열되어 있는가를 해상도라 하는데, 아미가는 가로 320 도트에 세로 200 도트가 해상도의 기본이며 가로 320인 경우를 LO-RES(저해상도), 640으로 보다 세밀하게 찍는 경우를 HI-RES(고해상도)라 불린다. 또한 세로 해상도도 역시 200을 넌-인터레이스, 그리고 400까지 넓힐 수 있는 인터레이스 모드가 있으나 화면이 심하게 떨리는 플리커 현상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컬러 수는 IFF방식으로 규정되는 4096에서 2-64 칼라까지 쓰고 HAM 방식에서는 4096 색 전부를 동시 표현할 수 있다.
모니터
컴퓨터 그래픽의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출력 기기로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가장 적절하고 적나라하게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아미가 컴퓨터에 기본 세트로 내정된 코모도어 회사의 모니터 방식은 좀 특이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기존의 모니터들이 컴퓨터의 신호(RGB신호)만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아미가는 RGB, 컴퍼지트 방식이라 해서 컴퓨터의 RGB 신호와 비디오 신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완벽하게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하다가 텔레비전의 신호를 연결하면 TV 수상기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 아미가 모니터를 비디오에 연결하면 비디오 모니터가 되어 텔레비전 이상의 화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능은 아미가가 젠락(RGB신호를 컴퍼지트 신호로 변환)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컴퓨터에서 만든 화상을 비디오 화상과 복합시킬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D.T.V(데스크톱 비디오)와 멀티미디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적절한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운영시스템인 도스
물론 아미가 컴퓨터도 IBM 컴퓨터와 같이 도스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운영된다. 그렇다고 IBM 컴퓨터에서 사용된 프로그램이나 그림들을 그냥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IBM 하드웨어를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나 그림 데이터는 적절한 변환 소프트웨어를 통하면 아미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미가에 IBM 브리지보드(IBM의 80286 CPU가 들어가 있어 사실 완벽한 AT 시스템이다.)가 있어야 하는데 이 브리지 보드만 있으면 아미가 시스템에서 IBM 소프트웨어를 MS-DOS 상에서 사용가능 하며 이때부터 아미가 컴퓨터가 아닌 IBM호환기종이 되는 것이다. 즉, 아미가에 IBM 브리지보드가 있는 경우에는 아미가 운영체계에서 IBM의 그림들(예를 들면 AUTO-CAD의 설계들)을 아미가의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바로 3차원 모델링이 가장 적절한(또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IBM의 오토캐드(AUTO-CAD)에서 그린 3차원 데이터를 렌더링 기능과 애니메이션이 우수한 아미가의 소프트웨어에서 (지난 호의 스컬트-4D 참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매킨토시의 동생뻘?
사실 아미가는 IBM 컴퓨터와의 연계성보다 매킨토시와 더 비슷하다(68 계열 CPU). IBM에서와 같이 고가의 브리지 보드가 없이도 쉽게 매킨토시 운영체제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A-MAX (매킨토시 에뮬레이터)라는 조그마한 카드(매킨토시 시스템에서는 롬에 들어있다)만 사용하면 아미가 2000에서 매킨토시 SE 컴퓨터로 간단히 바꿀 수 있어 매킨토시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A-MAX가 없다면 아미가 용 매킨토시 변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도 화면상에 완벽한 매킨토시의 화면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직 한글이 개발되지 않은 아미가 환경에서 매킨토시의 우수한 한글체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코모도어사(용산)에서는 올해 다시 한번 완벽한(매킨토시와 같은) 한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처럼 성과 없이 끝난다면 우리나라에서 아미가 컴퓨터의 존재는 그 생존여부가 의심스러운 상태가 될 것이다. 특정인들은 계속 사용할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크 벤치
IBM은 새로운 컴퓨터 방식인 PS/2(퍼스널 컴퓨터 시스템 두 번째라는 뜻)에서 돌아가는 OS/2를 개발하고 대단히 자신에 찬 홍보를 하였으나 그것은 아미가의 상태와 비교하면 모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콘과 윈도 방식이나 멀티 태스킹의 지원 등은 이미 아미가에서는 완벽하게 지원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BM의 PS/2 가 아미가의 모방이라는 것은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고 실은 앞으로의 컴퓨터 방식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과거 컴퓨터는 처음 작동하면 어두운 화면에 반짝이는 커서밖에는 볼 수 없었으므로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에겐 매우 황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많은 일반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요구하게 되자 컴퓨터 개발자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적응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키보드로 타이핑하여 컴퓨터에 명령(이런 경우 컴퓨터의 명령을 외고 있거나 컴퓨터의 내부 데이터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을 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있는 명령과 데이터들을 미리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고 유저들은 키보드 타이핑의 불편 없이 화면에 미리 준비된 명령을 보며 마우스를 움직여 준비된 그림들을 선택(마우스 버튼을 누른다)하여 명령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말(단어)들이 수 없이 많지만 일상생활에선 몇 천 단어밖에 쓰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컴퓨터의 명령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적인 컴퓨터를 주장하며 만든 매킨토시로 시작하여 아미가 그리고 이젠 IBM PS/2에서도 사용하는 문영체제 등 현재의 모든 컴퓨터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방식을 취하며 앞으로 나갈 것이다. 그래서 아미가의 문영체제 또한 기본적인 AMIGA-DOS 상에서 워크벤치라는 오퍼레이팅 툴을 사용하는데 처음 화면을 켜면 디스크 모양의 그림(아이콘) 아래에는 그곳이 하드디스크, 플로피 디스크, 램 등으로 구분해주고 있다. 여기서 사용할 곳으로 커서를 움직여 선택하면(왼쪽 마우스 버튼을 두 번 누른다) 디스크란의 내용이 박스(윈도라고 한다) 안에 보이는데 각 파일 특성대로 디렉터리면 서랍모양이고(서랍 안에는 또 다른 파일들을 갖고 있다는 뜻) 액자와 같은 모양은 그림 데이터이고 편지지와 같은 모양은 글씨 데이터를 나타내 파일 내용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주고 있다. 요약하면 독자 여러분이 자주 듣던 데스크톱이라는 용어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PC들이 이전의 대형 컴퓨터보다 작아져 내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책상에 있는 연필, 자, 지우개, 노트, 계산기, 시계 등등의 모든 기능들이 컴퓨터에 내장되어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매킨토시도 그렇지만 아미가의 워크벤치 내에도 위의 기능들이 있어서 충실한 데스크톱 역할을 하고 있다.
아미가의 각종 소프트웨어
필자가 처음 아미가의 페인팅, 애니메이션, 비디오, 음악, 그래픽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그 수가 엄청나다는 사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200 종류 이상이 넘었다. 그래픽만 해도 100 종류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봐야 했는데 매뉴얼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일일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분석해봐야 했으므로 무척 고생을 했다. 그 후에 사용경험과 아미가 잡지 등을 통해 필자에게 알맞은 5-6 종류의 특정 소프트웨어를 선택해 쓰고 있지만 아미가를 처음 쓰는 초보자라면 자기가 선택해야 할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아미가는 그래픽 전용만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언어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고 일반 데이터 베이스용 프로그램 등 여러 종류의 범용 소프트웨어도 있다.
아직 미국에서 완전히 개발되지는 않고 있지만 곧 나온다는 아미가 유닉스 체제는 아마 올여름쯤에는 볼 수 있을 것이며, 아미가의 새로운 모습인 즉 퍼스널-워크스테이션이 가능해질 것이다. 미국에선 일반 업무용과 D.T.P(탁상출판시스템) 등의 소프트웨어가 많이 나와 있으나 시스템에서 한글을 구현하지 못하므로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어 아미가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데스크톱 비디오(DESKTOP VIDEO)로의 길
아미가 컴퓨터는 한쪽 방향으로 분명히 가고 있다. 그것은 매킨토시가 탁상출판시스템(D.T.P)으로 가고 있는데 비해 아미가 컴퓨터는 데스크톱 비디오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아미가로 작업한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은 젠락이라는 비디오에 담을 수 있으며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실제 화상과 합성할 수도 있으며 아미가 자체의 음악 기능이나 미디를 이용한 음악 입력과 함께 비디오테이프에 담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IFF 방식의 2차원 페인팅 소프트웨어와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크게 IFF 방식과 HAM 방식의 페인팅 소프트웨어로 분류할 수 있는데 IFF 방식으로는 AEGIS, IMAGE애니메이터와 DELUXE PAINT가 대표적이다. HAM 방식의 2차원 페인팅 프로그램으로는 DIGI-PAINT 3와 PHOTO-PAINT 2가 있는데, HAM방식의 4096색을 동시 표현하며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면 PHOTO-PAINT에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는 등 훨씬 기능이 많은 편이나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필자로서는 간편한 DIGI-PAINT를 더 선호하고 있다
2차원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DELUXE-PAINT 3, ZEETROPE, FANTA VISION, PHOTO CELL ANIMATION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DELUXE VIDEO 3는 DELUXE PAINT 3에서 만든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을 비디오에서 편집하듯이 애니메이션 할 수 있으며, 음악까지도 편집 첨가시킬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소프트웨어이다. ZOETROPE는 IBM 컴퓨터 AUTO-ANIOMATOR와 비슷한 기능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 FANTA VISION은 IBM의 FANTA VISION과 거의 같으나 IBM보다 훨씬 기능이 우수하고 사운드의 지원 등 아주 쉽게 애니메이션 할 수 있으나 장시간 애니메이션을 할 경우 사용하기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 PHOTO CELL ANIMATION은 만화영화 등에 적극적으로 사용가능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중간화상 제작이 거북하여 하나하나의 그림을 모두 손으로 그려야 한다는 불편한 점이 있다.
3차원 모델링과 렌더링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대표적으로 CALICARI, TURBO SILVER 그리고 SCULPT-ANIMATE 4D가 있는데 CALICARI-PRO가 아미가 그래픽 소프트웨어 중 가장 비싼 2000 달러 가량으로 모델링 툴이 기존방식의 3면(위, 아래, 옆) 작도법이 아닌 워크스테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시상태에서 작도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640×400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전문가용의 경우 칼라가 부족한 쉐이딩 방식이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방식을 다른 열 가지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다르게 하고 있어 호환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TURBO SILVER와 SCULPT-ANIMAT 4D는 레이-트레이싱 등 거의 같은 기능이나 SCULPT-ANIMAT 4D가 좀 더 전문가용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가격, 100 달러 내의 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세 번째 갈등이 시작되다
아미가를 사용하면서 2차원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아주 비싼 대형 컴퓨터에서나 가능했던 3차원 레이-트레이싱 애니메이션까지도 아주 낮은 가격의 아미가 컴퓨터에서 늦은 속도나마 실험하고 또한 작품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아미가 컴퓨터는 전문가용이 아닌 홈 컴퓨터이기 때문에 꿈에 그리는 고해상도(1024×800)에서 FULL COLOR(1,600 만 칼라의 동시표현)를 지원할 수 없다. 필자는 또 불만을 갖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 필자에게 그래픽 전용 워크스테이션이 추워진다면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고가(1-2억 이상)이기 때문에 감히 구입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PC급에서 워크스테이션 정도의 수준을 감히 요구하게 된 것이다. 사실 PC의 하드웨어적 발전은 PC가 처음 나온 78년에 2 메가헤르츠(MHZ)의 속도로 시작하여 십여 년이 지난 작년에 5배 정도 빠른 10 MHZ로 발전했고 그로부터 채 일 년 정도의 시간에 40-50 MHZ속도의 PC들이 선보이기 시작했다(80486, 68040 CPU를 내장한 컴퓨터들). 그러는 데에서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발전한 정도가 이젠 일 년 만에 따라잡아 우리 눈에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생각하기엔 MIPS나 MFLOPS 속도의 문제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50 MHZ의 속도면 어느 정도 완벽한 그래픽 시스템(3차원까지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필자는 다시 한번 IBM호환 기종과 매킨토시, 아미가 이 세 종류의 컴퓨터 앞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갈등에 서게 됐다. 첫 번째 IBM호환 기종 컴퓨터를 본다면 80486 CPU를 내장하여 가장 먼저 50 MHZ의 속도를 이룩할 수 있었으며 그래픽적 상황도 타 그래픽 보드가 16000 칼라이며 토파즈라는 걸출한 소프트웨어의 존재 등 현재로서는 가장 우수한 상태이다. 그러나 전에도 설명한 IBM 방식의 하드웨어가 갖는 그래픽적 단점들이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에 절대적 의구심을 갖게 해주고 있다. 아마 IBM 컴퓨터는 이제까지의 하드웨어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에서 그래픽 상황의 우위를 지키려 할 것이며 빠른 속도의 RISC CPU를 내장한 RS-6000 시리즈 등의 워크스테이션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살펴보면 이미 탄탄히 구축되어 있는 그래픽적 상황에 가장 최근에 나온 매킨토시 II fx는 40 MHZ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이미 아미가에서 충분히 경험한 3차원 페인팅 소프트웨어인 SCULPT-ANIMATE에서는 아미가에선 지원되지 않았던 3차원 맵핑기능(마이컴 4월호 참조)까지 첨가되어 발표되었다. 생각해 보면 매킨토시가 앞으로 가장 적절한 시스템이랄 수도 있으나 매킨토시의 하드웨어도 이미 발표된 지 오래된(1984년) 구형 방식이 아닌가 싶다. 즉, 과거 2-3년 동안 급격히 발전했던 하드웨어 방식들을 매킨토시는 갖지 못했다는 뜻도 되겠다. 아마 매킨토시에서 완벽한 그래픽적 가능성을 보려면 이제까지 매킨토시 II 시리즈에서 탈피한 새로운 하드웨어 방식인 매킨토시 III가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래픽 기능이 우수하다고는 하나 비디오 기능의 단점은 필히 비디오테이프에 작품을 담아야 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으로서는 매킨토시를 쉽게 선택할 수 없게 한다. 물론 애플사에서도 그동안 D.T.P방향에서 그래픽과 비디오 기능을 강화한 멀티미디어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현존하는 고가의 매킨토시에 비싼 카드만 수북이 설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사용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미가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가장 늦게 개발되어 첨단의 하드웨어 방식으로 시스템의 우수성이 돋보인다. 이제까지 살펴본 그래픽과 비디오 기능 등 멀티미디어의 선구자로서 얼마 간 그 우위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 글을 쓰고 있던 중에 필자가 그렇게도 바라던 아미가 3000이 발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은 미국의 가장 유명한 컴퓨터 잡지인 바이트(BYTE)지 겉표지를 장식할 만큼 빅뉴스인 것만은 틀림없다. 아직은 정확한 사양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기대한 만큼의 우수한 하드웨어 시스템에 가격 또한 3995 달러(300만 원 정도)에 현재로선 25 MHZ의 속도를 지원하지만 자체 보드 내에 CPU 슬롯이 있어 68040을 첨가하면 50 MHZ의 속도까지도 지원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IBM의 타가보드처럼 대표적인 그래픽 보드의 개발과 소프트웨어 지원이랄 수 있다. 이미 아미가 주변기기 회사에서 우수한 그래픽적 성능(빠른 속도)을 갖는 그래픽 보드를 발표하긴 했으나 필자가 바라건대 주인공인 코모도어 회사에서 자체 개발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 얘기는 물론 많은 소프트웨어의 지원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재 컴퓨터의 시장을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 과거 8비트 시장에서는 애플이 16비트 시장에서는 IBM 컴퓨터가 절대적 우위를 가졌던 시절에 비하면 현재의 32비트 컴퓨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매우 곤혹스러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하드웨어의 성능만을 본다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발전의 정도 때문에 PC라면 오십보백보의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종류의 컴퓨터가 자기가 쓰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이제 ‘PC의 개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장 실무화 할 수 있는 뛰어난 그래픽에 CF로 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면 IBM 386에 타가 32 그래픽 보드를 설치하면 된다. 또 주머니가 두둑하다면 거액의 돈을 들여 기존의 워크스테이션을 사면 만족할 만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러나 일 년 내에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필자는 불행히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더욱 뛰어난 PC와 새로운 워크스테이션이 조만간 발표되어 얼마 동안은 전문 그래픽 시장이라는 천하를 평정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필자의 세 번째 갈등도 완전히 해소가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이야 AI가 모든 그래픽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과거에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프로그램의 민감도나 사양에 따라 큰 차이가 느껴지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AI의 처리 속도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사양과 슈퍼 컴퓨터 혹은 양자 컴퓨터라는 영역까지도 확대해 볼 수 있지만 과거의 이러한 시도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